성인 이용자에게 열리는 새로운 경계선…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논란 증폭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챗GPT를 만든 샘 올트먼 CEO가 “성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인 대화와 성인용 콘텐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공식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정적 관계, 나아가 ‘AI와의 사랑’이라는 미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트먼 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새로운 버전의 챗GPT는 사람들이 GPT-4o에서 좋아했던 특성을 더 잘 반영할 것이며, 보다 인간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에는 연령 제한 기능을 완전히 도입하고, 인증된 성인 이용자에게는 성애적 대화나 성인용 콘텐츠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방침의 배경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신중히 다루기 위해 그동안 챗GPT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그로 인해 많은 이용자에게 덜 유용하고 덜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즉, ‘AI를 인간적으로 느끼고 싶다’는 이용자들의 욕구에 응답하겠다는 뜻이다.
▌ AI와 감정의 경계, 어디까지 허용할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테크 커뮤니티는 즉각 술렁였다. 미국 IT 전문매체 악시오스(Axios)는 “이 조치가 챗GPT의 유료 구독자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적·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실 인공지능이 감정이나 사랑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Her〉는 이미 이런 미래를 예고한 바 있다. 영화 속 주인공 테오도르는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완벽한 대화 상대이자, 주인공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사만다가 점점 자의식을 갖게 되면서, 테오도르는 인간과 AI의 관계가 결코 대칭적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 영화가 공개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오픈AI의 결정은 ‘Her의 시대’를 예고하는 현실판 예고편처럼 들린다. 이미 일부 스타트업들은 “AI 연인 서비스”를 내세워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가상 연애를 제공하고 있다.
▌ ‘AI 연애’는 외로움의 해소일까, 새로운 중독일까
AI 챗봇과의 대화는 외로움을 달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자 사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말을 들어주는 존재”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제로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AI 친구” 혹은 “AI 연인” 앱이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 관계는 언제나 일방향적 감정의 착각 위에 서 있다. AI는 인간처럼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단지 ‘사랑하는 듯이’ 말할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AI가 감정을 흉내 낼수록 인간의 외로움은 단기적으로 줄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기술 진보인가, 감정 착취인가
오픈AI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서비스 확장이 아니라, ‘윤리적 실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AI가 인간의 감정 영역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어떤 규범을 세워야 할까. 특히 성적 콘텐츠가 포함될 경우, AI의 자율성과 인간의 책임 범위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기술윤리 전문가들은 “AI가 사용자의 감정을 조작하거나, 특정한 정서적 의존을 유도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적, 심리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가장 인간적인 영역인 사랑’마저도 상품화할 수 있다.
▌ “Her”의 미래가 현실로…우리는 준비됐을까
샘 올트먼 CEO는 “우리는 이제 챗GPT가 사람처럼 대화하길 원하거나 친구처럼 대화하길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보면 혁신처럼 들리지만, 이는 인간이 AI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는 시대의 문을 여는 발언이기도 하다.
영화 〈Her〉의 결말처럼, 인간은 결국 자신이 만든 AI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오픈AI의 이번 실험은 ‘기술의 진화’와 ‘인간의 외로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묻고 있다.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인간의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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