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진수식 마친 장영실함, “韓 잠수함 기술의 완성도를 입증하다”

국산 기술로 완성한 자주 잠수함, 글로벌 방산시장 새 블루오션 노린다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열린 장영실함(장보고-Ⅲ, Batch-Ⅱ 1번 함) 진수식. @연합뉴스
22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에서 열린 장영실함(장보고-Ⅲ, Batch-Ⅱ 1번 함) 진수식.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지난 22일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열린 3600톤급 장영실함 진수식은 대한민국 잠수함 개발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순간이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변광용 거제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된 이 잠수함은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의 첫 번째 함정으로,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건조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잠수함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기술이 완성한 ‘3600톤급 자주 잠수함’

장영실함은 기존 도산안창호급(KSS-Ⅲ Batch-Ⅰ)보다 한층 커진 3600톤급 잠수함으로, 전장 약 89미터, 폭 9.7미터, 수중 배수량은 4000톤에 달한다. 이름 그대로 과학기술의 상징인 조선시대 발명가 장영실의 이름을 붙여, 첨단 해양기술을 통한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함정의 가장 큰 기술적 진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도입이다. 기존 납축전지를 대체한 리튬이온 체계는 충전 효율과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잠항시간을 대폭 늘리고 수중 작전의 지속능력을 기존보다 약 3배 이상 향상시켰다. 여기에 공기불요추진(AIP, Air-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을 결합해, 수중에서 장기간 작전이 가능하다. 외부 산소 공급 없이도 며칠에서 몇 주간 잠항할 수 있다는 점은 ‘은밀성’과 ‘지속력’을 좌우하는 잠수함의 핵심 경쟁력이다.

또한 함정 내부의 각종 센서·탐지체계·전투정보처리 시스템은 국내 기술로 대거 교체돼 국산화율이 대폭 상승했다. 장영실함은 해외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한국형 잠수함 기술의 독립성과 수출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한 함정으로 평가된다.

강화된 타격력과 전장 인프라

무장체계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장영실함은 기존 6개의 533mm 어뢰관 외에도, 전작보다 확대된 10개의 수직발사관(VLS)을 갖췄다. 이를 통해 해군이 자체 개발한 ‘홍범-3’ 순항미사일, 장거리 정밀타격용 잠대지 탄도미사일(SLBM) 등을 운용할 수 있어, 단순한 방어형 잠수함을 넘어 전략적 억제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탐지체계도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신형 저주파·고정밀 소나가 탑재돼 주변 수중환경을 입체적으로 탐지할 수 있고, 추진계통 소음 저감 설계로 적 소나 탐지를 피할 확률이 높아졌다. “조용함이 곧 생존력”인 잠수함 세계에서, 장영실함은 세계적 수준의 ‘은밀성’을 실현했다는 평가다.

방위산업 구조의 혁신 “한화오션의 기술 집약체”

장영실함의 건조를 주도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KSS-Ⅰ, Ⅱ, Ⅲ 사업을 통해 30년 넘게 축적된 기술을 이번 Batch-Ⅱ에 총집결시켰다. 리튬이온 배터리, 고효율 전기추진, 통합전투체계 등은 한화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로 개발된 기술들이다. 이는 단순한 조선 기술을 넘어, 복합 방산기술 기업으로서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추진하는 ‘K-디펜스’ 체계 내에서, 장영실함은 해양 부문 국산화율을 상징적으로 끌어올린 사례로 꼽힌다.

주요 제원. @연합뉴스
주요 제원. @연합뉴스

“한국형 디젤잠수함, 새로운 블루오션”

장영실함의 기술 성숙도는 단지 자주국방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디젤-전기 잠수함 시장은 독일(214·212형), 일본(소류급·타이게이급), 스웨덴(A26형), 프랑스(스콜펜급) 등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함정은 대부분 리튬이온 체계를 실전 운용하지 않거나, 제한된 수직발사능력만을 갖추고 있다. 이와 달리 장영실함은 리튬이온 배터리와 VLS를 동시에 실전 적용한 세계 유일의 중형 잠수함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

가격 경쟁력도 강점이다. 독일 212형 잠수함의 단가가 약 8억 달러를 웃도는 반면, 장영실함은 6억 달러 안팎의 단가로 추정된다. 성능 대비 가격 효율성이 뛰어나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국가들의 관심이 높다. 한화오션과 방위사업청은 이미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형 잠수함의 기술자립 구조는 수출 후 정비·교육·부품 공급의 전 과정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어, 단순 무기판매를 넘어선 산업협력형 방산 수출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전략 균형에도 영향

장영실함의 등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전략 균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 전력, 일본의 최신형 타이게이급, 중국의 위안급 잠수함 등 동북아 해양전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 해군이 확보한 장영실함은 수중 억제력과 정보수집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다만 향후 과제도 남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성 검증, AIP-전기복합 추진체계의 유지보수 체계 확립, 그리고 실제 작전운용에서의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수출 시장에서는 미국·유럽의 기술규제와 국제무기거래규범(ITAR) 등의 장벽을 넘는 외교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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