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구조조정, 중국선 지분 매각…성장 모델 전환기 맞은 글로벌 커피 제국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글로벌 커피 제국’ 스타벅스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시장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출 부진에 따라 인력 감축과 매장 폐쇄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중국에서는 현지 투자사에 지분 60%를 매각하며 사실상 경영권을 내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두 사건은 단순한 경영조치가 아니라, 스타벅스의 성장 모델이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힌다.
▌ 미국, 매출 부진에 구조조정 “이젠 효율화가 생존 전략”
미국은 스타벅스의 ‘고향이자 심장’이다. 그러나 최근 스타벅스의 북미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커피’보다 저가 브랜드나 집에서 즐기는 커피로 이동하고 있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6분기 연속 매출 감소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브라이언 니콜 CEO는 9월 말 사내 메모를 통해 북미 내 900개 일자리 감축과 수익성이 낮은 매장 폐쇄를 공식화했다.
그는 “고객과 파트너(직원)가 기대하는 환경을 만들 수 없는 매장은 닫겠다”며 “운영 효율을 높이고 매장 현장 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스타벅스가 본사 중심 운영에서 현장 중심 구조로 이동하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 내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스타벅스는 미국 시장에서 ‘성장 중심의 확장 전략’에서 ‘효율 중심의 내실화 전략’으로 노선을 바꿔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 중국, 성장 둔화 속 지분 60% 매각으로 ‘현지화 승부’
중국은 그동안 스타벅스의 미래 성장 동력이었다. ‘하루 한 매장’ 꼴로 점포를 늘리던 시절, 스타벅스는 중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글로벌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은 급변했다. 현지 커피 체인 루이싱(瑞幸), Cotti Coffee 등이 저가 전략과 빠른 배달 시스템으로 급성장하면서 스타벅스의 입지는 급속히 좁아졌다. 중국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한 외국 브랜드 불신까지 겹쳤다.
이런 환경 속에서 스타벅스는 최근 중국 사업 지분 60%를 현지 투자사 보유캐피털에 매각하는 4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지만, 경영권은 현지 측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표면적으로는 ‘전략적 협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방어적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글로벌 본사가 중국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낮추는 대신, 현지 파트너의 민첩성과 비용 효율성에 기대는 형태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 ‘성장의 공식’이 깨졌다
스타벅스의 미국 구조조정과 중국 지분 매각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즉, “성장은 더 이상 점포 확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 중국에서는 시장의 로컬화 속도와 경쟁이 그 원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만으로는 예전처럼 충성 고객을 유지하기 어렵다. 매장 경험, 가격, 서비스, 디지털 주문 등 새로운 고객 경험 설계가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게다가 미·중 양대 시장 모두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노조 문제와 임금 인상 압박이, 중국에서는 외국계 브랜드에 대한 규제와 소비 위축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런 복합 리스크를 헤쳐 나가며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 “프리미엄에서 일상으로”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이제 ‘프리미엄 커피하우스’ 모델을 넘어 ‘일상 속의 브랜드’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체험형 매장, 리워드 프로그램, 구독형 커피 서비스 등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여야 하고, 중국에서는 메뉴 현지화와 가격 다양화를 통해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ESG 경영, 친환경 컵, 자동화 매장 등 새로운 이미지 구축도 요구된다. 스타벅스의 과제는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 글로벌 커피 제국의 시험대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에서 시작해 세계 80여 개국에 3만 8000여 개 매장을 둔 거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 그 제국은 두 축,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역 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스타벅스가 구축해온 “매장 확장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경험을 재설계해야 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 변화의 성공 여부가, 스타벅스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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