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36년만에 남미로 향하는 美항모…명분은 ‘마약 전쟁’, 속내는 ‘좌파정권 교체’

트럼프 행정부,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남미 군사력 전개, 마약 작전 명분 속에 숨은 지정학적 목적

미국 슈퍼 핵 항모 제럴드 R. 포드호. @연합뉴스
미국 슈퍼 핵 항모 제럴드 R. 포드호. @연합뉴스

[뉴스임팩트=최진우 전문기자] 미국이 최근 남미 해역에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를 파견하기로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마약 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약 36년 만의 대규모 남미 군사 개입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시 미국은 마약 거래와 부패를 이유로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전복시켰으며, 이번 작전 역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정치·군사적 압박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약 카르텔을 ‘비국가적 전투세력’으로 규정하며,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서 사용된 법적 근거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남미 전역에서의 군사작전이 사실상 ‘대테러 전쟁 2.0’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명분은 ‘마약 단속’, 실제 목표는 ‘좌파정권 견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USS 포드 항모전단을 미 남부사령부에 배속시키며, “불법 활동으로 미국의 번영을 위협하는 세력을 감시·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마약 단속을 넘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본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자베스 딕킨슨은 “미국의 실질적 목표는 마약이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라며, “지역 외교가들은 ‘마약은 구실일 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쿠바, 니카라과 등 반미 정권이 여전히 남미 내에서 존재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연안에 초음속 폭격기 2대를 띄우는 등 군사적 신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마두로 대통령이 해안 방어 훈련을 전면 실시하며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남미 주요 정권 이념 성향. @연합뉴스
남미 주요 정권 이념 성향. @연합뉴스

‘마약과의 전쟁’ 부활시킨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다시 꺼내 든 것은 국내 정치적 요인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 남미발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자국의 치안 위협으로 규정하며, 이를 ‘국가 안보 의제’로 격상시켰다.

그는 “마약 밀매상은 알카에다처럼 취급하겠다”고 공언하며, 미군의 공격 작전을 직접 승인했다. 지난 9월 이후 시작된 공습은 10건 이상으로, 누적 사망자는 40명 이상에 달한다. 특히 미 국방부는 이번 작전에서 베네수엘라의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를 지목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조직을 ‘외국 테러단체’로 지정한 직후 이뤄진 타격이다.

결국 이번 남미 군사력 전개는 트럼프의 ‘대외 강경 이미지 부각’과 동시에 국내 지지층 결집용 카드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국제법 논란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앤디 킴(민주·뉴저지) 의원은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무제한 군사행동으로, 향후 지상군 투입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공화당 내에서는 “마약 카르텔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마이애미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의원 마리오 디아스-발라르트는 “트럼프는 전쟁을 싫어하지만 필요한 타격에는 주저하지 않는다”며, “카르텔 입장에서라면 지금 미국의 분노를 두려워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연합뉴스

남미에서 부활하는 ‘먼로주의’

미국의 이번 행동은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미국 외세 배제주의)’의 현대적 재현으로 볼 수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려왔으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볼리비아 등지에서 자원 개발과 군사 협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영향력 회복 욕구가 커진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항모 파견은 단순한 마약 단속이 아니라, 중·러의 남미 진출 견제, 미국 주도의 질서 복원이라는 전략적 의도가 결합된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의 항모 배치는 단순한 범죄 소탕 작전이 아니라 냉전 이후 침체된 남미 전략의 재가동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자국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남미 내 반미 세력 억제와 패권 재확립이라는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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